감독: 이재용
장르: 드라마
출연진: 강동원, 송혜교, 조성목
상영시간: 117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014.09.03
안녕하세요. 오늘은 <두근두근 내 인생>을 소개해드리러 왔습니다. 누구나 인생의 빛나는 순간을 기대하며 삽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빛나는 순간은 특별한 날이 아닌 보통날의 오늘’이라는 진실을 전합니다. 기억할 때 특별해지는 인생 이야기를 함께 보시죠.
인물 요약하기
주인공의 이름은 ‘한아름’입니다. 열일곱 살이지만 여든 살의 신체를 가졌습니다. 남들보다 몇 배는 빠르게 노화하는 ‘조로증’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아름이는 빨리 늙는 만큼이나 성숙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밝은 아이입니다. 그리고 그의 부모 한대수, 최미라가 있습니다. 둘은 열일곱 살에 덜컥 아이를 갖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아름이를 길러 내는데, 고단해 보이는 인생 뒤에 빛나고,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는 소중한 생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한 명 추가로 말씀드리면, 장 씨 할아버지입니다. 육십 세의 할아버지로, 아름이의 유일한 친구입니다. 여든이 된 아버지와 둘이 사는데, 아버지 앞에서는 할아버지가 되어도 자식의 얼굴을 하고 있는 철없는 어른입니다. 그러나 순수하고 따뜻한 인물입니다.
서하와의 스미는 만남
이 영화에 중심이 되는 사건은 ‘서하’라는 여자 아이와의 만남입니다. 열 일곱 살에 아이를 낳은 부모의 삶이 넉넉할 리가 없습니다. 대수와 미라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하면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희귀병에 걸린 아름의 병원비를 지불하는 데는 역부족입니다. 미라의 건넌 지인 중에는 채승찬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웃에게 희망을>이라는 후원 프로그램의 PD인데, 아름이의 소식을 듣고 방송 출연 제의를 합니다. 그 방송에 출연하면서 아름이는 유명 인사가 되고, 아름이와 같은 나이, 같은 환경에 처해 있는 친구 ‘서하’에게 메일을 받습니다. 아름이는 가까이 갈수록 실망할까 거리를 둡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어떻습니까? 자석과 같아서 막을 수도 없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그렇게 아름이는 서하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누는 관계가 됩니다. 젊음을 잃고, 곧장 팔십 세의 신체를 가져버린 아름이에게 살고 싶은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그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더듬어 보기 위해 원작이 되는 책의 내용을 찾아보았습니다.
‘우리 집엔 황토쌀독이 하나 있어. 이른 아침, 어머니는 밥을 하려고 거기서 쌀을 푸곤 했는데, 그때 나는 어렴풋이 부엌에서 새어 나오는 독 뚜껑 닫히는 소리가 좋았어. 그 소리를 들으면 살고 싶어 졌지. 상투적인 멜로영화 예고편, 그런 것을 봐도 살고 싶어지고. 아! 재미있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재치 있는 애드리브를 던질 때, 그때 나는 살고 싶어 져. 동네 구멍가게의 무뚝뚝한 주인아저씨, 그 아저씨가 드라마를 보다 우는 것을 보고 살고 싶다 생각한 적도 있어.’
그 외에도 ‘여러가지 색깔이 뒤섞인 저녁 구름, 처음 보는 예쁜 단어’ 등 살고 싶어지는 순간을 나열합니다. 우리는 일상에 지치면 물리적으로 특별한 순간을 떠올립니다. 예를 들면, 해외여행을 간다던지, 새로 기계를 바꾼다던지, 신차를 장만한다던지 말입니다. 하지만 아름이가 일상에서 생의 의지를 가지는 순간은 기억하지 못하면 인식할 수 없는 삶의 아주 사소한 흔적들입니다. 저는 가끔 모든 가족이 모인 집 안, 방에서 잠들다 어렴풋이 깨어 있는 상태가 떠오릅니다. 잠을 다 깨지는 않아서 일어날 생각은 없지만, 아주 깨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가족들의 일상 소리가 재잘재잘 들려올 때. 괜히 흐뭇하고 마음에 안정감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이 두근 거리는 순간은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려 왔던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주의를 기울이면 새삼 인식할 수 있는 삶의 사소한 이야기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름과 서하의 만남은 어떻게 이어졌을까요? 애석하게도 ‘서하’라는 존재는 허구의 인물이었습니다. 한 작가 지망생이 아름이를 보고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접근한 것이었습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원작에서 아름이는 가짜 서하에게 ‘우리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볼 수 있게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남깁니다.
‘늙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늙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젊고 싶은 사람은 있어도 늙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젊을 때는 늙음이 오지 않을 것처럼 잊어버리고 거리를 둡니다. 하지만 젊음이 모두에게 주어지듯이 늙음도 누구에게나 다가옵니다. 무엇을 잘못해서 걸린 게 아니고, 자연스러운 우리의 인생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늙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아닙니다. 어떤 생각을 해도 늙음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늙는다.’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나도 늙는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 일상은 애써 거리를 두는 삶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저는 아름이가 그랬던 것처럼 먼 미래에 늙었을 때 이야기꾼이 되어 삶의 두근거리는 순간들을 많이 추억할 수 있는 단정한 노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몸이 쇠하는 만큼 마음속 삶의 너비는 큼지막해지겠지요. 영화에서는 팔십 세 아름이를 연기했던 ‘조성목’ 군의 분장이 돋보입니다. 그리고 장 씨 할아버지 역할을 맡은 백일섭 선생님의 연기도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산뜻한 삶의 즐거움을 포착하는 데 한몫을 합니다. 영화를 보신 후, 영화로 다 담아낼 수 없는 표현의 깊이를 원작으로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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