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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책

디즈니 영화 소울, 살아가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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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피트 닥터
장르: 애니메이션
출연진: 제이미 폭스, 티나 페이, 다비드 딕스
상영시간: 107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2021.01.20

안녕하세요. 오늘 저의 인생영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무슨 인생영화가 이렇게 많냐 싶죠? 저의 청소년기 시절 첫 번째 인생영화가 '플립'이라면 성인이 된 이후 인생영화를 꼽으라면 '소울'입니다. 어느 정도로 인생영화냐면 저의 결혼식 퇴장곡으로 소울 OST인 It's All Right을 배경음악으로 선정할 정도입니다. 결혼식 당일에 노래소리가 작아서 아쉬웠지만 저에게는 작은 소리로도 영화가 떠오르며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줬습니다. 이만 아무도 물어보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은 말은 접고 영화 소개를 하겠습니다. 

태어나기 전 세상의 이야기

영화 소울은 인간이 태어나기 전에 영혼들이 모여있는 '태어나기 전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모든 인간들은 태어나기 전에 이곳에서 영혼으로 존재하는데 꼬마유령 캐스퍼처럼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지구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입니다. 제리와 제리라는 소울 카운슬러가 지구에서 살아갈 인생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교육을 하는 기숙사 사감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인생의 목적과 목표를 발견하는 시간입니다. 지구상에서 위대한 업적을 이룬 고인들이 멘토로 와서 수업을 해주기도 합니다. 링컨, 마더 테레사 같은 사람들이 수업을 해주는 것이죠. 영혼이기 때문에 몸을 키우고 늘리고 마음껏 움직이고 경험해 보면서 음악도 하고,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며 놀면서 배우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마냥 노는 것이 아니라 영혼들에게는 단 하나의 목표가 있습니다. 지구로 가기 위한 지구통행증을 얻는 것입니다. 인간이 되기 위해 가져야할 속성을 갖추어야 통행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많은 영혼들이 지구통행증을 얻어 신나게 지구로 가는 통로로 다이빙을 하지만 이에 전혀 관심이 없는 영혼이 있습니다. 이름은 22. 숫자상으로 보면 영혼들 중에서 22호로 수천년 전에 지상에 갔어야 할 영혼이지만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거부한 것을 아니었습니다. 22도 다른 영혼들처럼 지구에 가기 위해 교육도 받고 많은 경험을 했지만 '불꽃'이라 불리는 열정이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오랜시간 좋은 멘토들에게 수업을 들어도 채워지지 않아서 22는 자신은 잘하는 게 없고,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22의 불꽃을 채우려다 실패한 멘토들에게 악담을 듣기도 하며 점점 지상에 내려가기를 거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22의 앞에 새로운 멘토가 등장했습니다.

 

그는 조 가드너입니다. 뉴욕시의 한 중학교의 시간제 교사입니다. 생업을 위해 교사를 하고 있지만 그의 꿈은 직업 연주자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정교사로 제안을 받아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기회가 있지만 달갑지 않습니다. 그러다 유명한 재즈 음악가인 도로시 윌리엄스의 밴드에 피아니스트로 오디션을 보게 됩니다. 조의 실력을 보고 도로시는 저녁 공연에 함께 하자고 했고 조는 꿈에 그리던 목표를 앞에 두고 기뻐 날뛰다가 공사 중인 뚜껑이 열린 맨홀에 빠져 혼수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조는 영혼이 되어 저승길을 향합니다. 재즈 뮤지션 데뷔를 앞둔 조는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탈출하려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 가게 됩니다.

 

그렇게 조는 22의 멘토로 만납니다. 조는 22의 불꽃을 찾아주고 지구통행증을 달라는 제안을 하게됩니다. 둘은 22의 사적공간에 갑니다. 그곳은 지상에 있는 무언가에 강하게 심취한 사람들의 영혼이 잠시 이르는 곳입니다. 영감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심취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열정이 지나쳐서 집착하여 괴물이 된 영혼들도 있습니다. 괴물에게 잡힐 뻔하다 문윈드를 만나 구조를 받습니다. 문윈드는 괴물들을 구해주는 역할을 하는 괴짜같은 영혼인데 영적인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를 지상에 내려가게 돕다가 조가 섣불리 행동하는 바람에 22와 함께 지상에 내려가게 됩니다. 그러나 지상에서 조는 고양이의 몸에 들어가고 22가 조의 육체에 들어가게 됩니다.  

 

내 옆에 있는데 알아채지 못한 기쁨

처음 육체의 몸에 들어간 22는 다리를 움직여 걷는 것도 어렵습니다. 원치 않게 인간의 몸으로 들어간 22는 살아가는 데에 애착이 없습니다. 하지만 재즈 밴드에서 연주를 해야 하는 조는 22를 닦달해서 자신의 역할을 하게 합니다. 병원에서 나와 피자 한 조각을 훔쳐 먹고 거지꼴로 있는 조의 모습을 본 도로시는 피아니스트를 다시 뽑겠다고 하자, 조는 다시 제대로 차려입고 와서 설득을 하기 위해 22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조의 집에서 깔끔하게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하던 중에 조의 제자 코니가 집을 찾아옵니다. 회의적인 코니의 태도가 맘에 든 22는 대화를 나누면서 음악 따위 필요없다고 그만두라고 합니다. 하지만 잡아주길 원하는 코니는 연주를 시작합니다. 연주를 들으며 22는 감동을 받게 되고 어쩌면 자신도 불꽃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을 갖게 되며 조에게 협력하기로 합니다.

 

조의 단골 이발소에 가서 함께 대화를 하며 이발사 데즈의 인생 이야기를 듣습니다. 데즈에게 이발 일을 하며 행복하냐 물으니 원래 수의대를 가고 싶었으나 딸의 병원비를 치르느라 학비가 싼 미용을 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일을 하며 고객들과 대화도 하며 일상을 즐겁게 살아간다는 대답을 듣습니다. 

 

그리고 찢어진 옷을 수선하기 위해 재봉사인 조의 어머니 리바에게 갑니다. 어머니는 조가 안정적이지 못한 연주자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분입니다. 그런 어머니에게 고양이의 몸을 한 조가 자신의 진심을 22에게 전달하여 22가 조의 열정을 직접 말해 전달합니다. 결국 리바의 허락을 받고 연주자인 아버지의 공연복을 입습니다. 

 

조의 몸을 통해 22는 길을 걸으며 바람을 느끼고 하늘을 보며 삶에 즐거움을 발견합니다. 나무에서 빙글빙글 돌며 떨어지는 단풍나무 씨앗을 보고 즐거워하며 소중하게 주머니에 넣어 간직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불꽃은 이렇게 걷고 하늘을 보는 것 같다고 하는 22에게 조는 그건 목적이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소울카운터 테리에게 잡혀 다시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다시 영혼이 된 22와 조. 지구에 다녀온 22에게 드디어 불꽃이 채워졌습니다. 하지만 조는 22가 자기의 몸에 있었기 때문에 불꽃을 갖게 된 것이라 말싸움을 하게 되고 22는 조에게 지구통행증을 던져버리고 떠납니다. 조는 제리에게 불꽃이 생긴 이유를 물어보니 제리는 "불꽃은 영감이니 삶의 목적같은 심오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며 지나갑니다. 조는 지구로 돌아가 꿈에 바라던 뉴욕 최고의 밴드에서 재즈 연주를 마치게 됩니다. 하지만 무대를 마친 뒤 허무한 감정을 느낍니다. 이날만을 기다렸는데 막상 지나고 나니 변한 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조에게 도로시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 물고기가 늙은 물고기에게 헤엄쳐가서 말했다

"바다를 찾고 있어요" 

"바다? 네가 있는 곳이 바다란다"

"여긴 그냥 물이잖아요! 저는 바다를 원한다고요"

 

조는 22와 함께했던 시간을 회상하며 깨달음을 얻습니다. 재즈공연을 하는 것만 행복이자 목표가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에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과 보낸 시간, 맛있는 것을 먹는 기쁨,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연주를 가르치던 시간, 수다를 떠는 일상생활 하나하나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22에게 내가 잘못했다고 하기 위해 다시 22를 찾아가지만 22는 어둠의 구역에서 타락해서 괴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껏 22를 비난했던 수많은 멘토들의 말들, 그리고 불꽃을 발견했지만 그것을 꺾어버린 조의 말이 비수가 되어 괴물이 된 것입니다. 그런 22에게 단풍나무 씨앗을 전달하며 진심을 전달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고 지구통행증을 건네줍니다. 여전히 지구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22를 격려하고 22는 지구로 뛰어내리며 이별합니다. 

 

조는 저승으로 가야하지만 22를 지구에 가게 한 공을 인정받아 제리가 테리 몰래 주판수 하나를 옮기고 다시 한번 삶을 살아갈 기회를 줍니다. 이번에는 매일 주어지는 기쁨을 놓치지 않으면서 살겠다고 이야기합니다.

 

It's All Right_Jon Batiste

22가 지구에서 즐거움을 찾아가는 순간에, 그리고 조가 자신의 인생을 회상하며 일상 속 즐거움을 발견하는 순간에 나오는 배경음악입니다. 그리고 또 엔딩 크레디트에서도 이 노래가 나왔겠지요. '다 괜찮아'라고 말하는 이 노래가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노래와 함께 영화 속 장면을 보며 눈물을 왈칵 쏟았습니다. '더 열심히 살아, 더 잘해야지, 할 수있어' 이런 말 보다 '다 괜찮아'라는 말이 더 위로가 되고 힘을 내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늘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내 자신을 되돌아봤습니다. 난 조처럼 어떤 기준만을 바라보고 그것에 미치지 못해서 늘 만족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로 살진 않았는지. 내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기쁨을 오늘은 몇 개나 놓쳤는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말하는 기쁨의 기준에 잠식되지 않고 나의 기쁨을 찾으며 살아가고 싶어서 결혼식 행진곡으로 이 노래를 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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